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조그만 브로치처럼 반짝이는 등껍질을 가진 그 벌레는 운명처럼 단호히 내게 날아와,


맥주병을 쥐고있는 왼쪽 손에 앉았다.


파르르 몸을 몇번 떤 벌레는 정직하게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 기다리지 않아.


'버려버린 추억은 조그만 불씨처럼 작아졌지만


 한 순간에 다시 불꽃처럼 타오를거야'


- 그러겠지.


'밤 공기가 차가워. 이제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잠을 자두는게 좋을거야'


- 지금은 그냥 너와 얘기를 하고싶어.


'나는 작은 벌레일 뿐인걸'


- 나도 작은 인간에 불과해


벌레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더듬이로 뭔가를 열심히 찾는 듯 보였다.


- 뭘 그렇게 찾고있니


'네가 버린 것'


- 내가 버린 것?


'그래. 네가 버린 그 어떤 것'


- 그거라면 저 강물 속까지 들어가야 될거야.


   힘껏 던져버렸으니까.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곤 했으니까.


   아마도 멀리.. 멀리.. 가버렸을거야.


'그렇게 믿고 싶겠지'


쓴 웃음이 지어졌다.


- 참 잔인한 풍뎅이로구나.


화들짝 놀란 듯 작은 꼬마는 나를 쳐다봤다


'난 풍뎅이가 아니라 반딧불이라고'


- 하지만.. 넌 전혀 빛을 내고있지 않으니까


'눈을 감고 빛을 외면한 자에게 빛은 비추지 않아'


- 참 잔인한 반딧불이로구나.


곧 해가 떠오를 것이다.


난 어디선가 봤었던 유치하고 유치한 말을 믿고싶다.


'어둠이 깊어질 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


밤은 푸르게 빛나고.


아침은 서서히 점멸하며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다.

'어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은 푸르게 빛나고  (2) 2008/05/24
도로시  (4) 2008/04/04
밤바다에서  (2) 2008/04/01
늑대 이야기  (0) 2008/03/15
벌레  (0) 2008/03/08
악몽  (0) 2008/03/05
어떤 이야기 l 2008/05/24 20:19
1 2 3 4 5 6 7  ... 40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0)
어떤 이야기 (16)
2day (15)
감각의 공유 (4)
들어봐 (4)

달력

«   2008/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get rsstistory!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