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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1 밤바다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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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는 고요했다.

파도소리마저 잠잠한 바다에는 적막만이 감돌 뿐이었다.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을 자고 있었을까.

나는 몇 번이나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눈을 감고있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 어떤 신성함이 내 입을 막고 있었다.

나는 하려던 말을 삼킬 때마다 맥주를 마셨다.

알약을 삼키듯이 한 모금 한 모금 조심스레..

문득 내 어깨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너무 나약하고 어렸던 나는 점점 젖어드는 어깨를 외면한 채 바다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 날이 처음부터 적막함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그 날 오전, 우리는 우리만의 만우절 퍼레이드를 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만한 분장을 하고 10분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그녀는 집 앞 놀이 공원에서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10분 후 나는 입에 드라큘라 이빨을 끼고, 검은색 보자기를 망토처럼 두른 상태였고,

그녀는 레이스가 하늘하늘한 분홍색 드레스에 머리에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주보며 웃었다.

‘오늘 하루는 온 종일 거짓말만 하는거야.’

- 좋아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고 혀를 내밀며 말했다

‘난 니가 싫어!’

나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 넌 너무 못 생겼어

‘넌 너무 못 됐어’

- 너랑 있는 시간은 지옥같아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 나도 널 사랑하지 않아.

우리는 한참을 주고받은 뒤 또다시 마주보며 웃었다.

‘나 갑자기 바다가 싫어졌어. 바다보러 가는 것 따위는 싫어’

- 난 널 위해 여행 가자는 말 따위는 하지 않을거야.

‘나도 널 위해 도시락 따위는 준비하지 않을거라구’

- 절대 여행 가지말자.

우리는 무작정 기차를 타고 떠났다.

바다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바구니에 담아 온 도시락을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꺼내 나눠 먹었다.

‘바다는 정말 조그맣구나..‘

우리는 보온병에 담아 온 코코아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한참동안의 적막.

이윽고 그녀는 혼잣말처럼 속삭이기 시작했다.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미안해.’

난 그녀가 우리의 놀이를 계속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을거야.

바다는 회오리 쳐 우리의 시간을 삼켜버리고, 밤은 얼음장처럼 얼어 붙어갔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시간은 어느새 자정이 지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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