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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6 나쁜놈
'헤어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면서 대답했다.

'그래'

주변은 조용하다. 저 먼곳에서 아련히

피아노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고개숙인채 발끝만 보던 그녀는 이내 못 참겠다는듯

말문을 연다.

'이유도 묻지 않는거야?'

묵묵히 불 켜진 쇼 윈도우의 마네킹을 바라보다가 대답한다.

'이미 알고있었으니까'

'뭘?'

'이렇게 될거라는거..'

다시 둘 사이에는 적막이 흘렀다.

'있잖아..'

다시 말을 꺼낸건 또 그녀쪽이었다.

'응'

여자는 약간 흔들리는 목소리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우리.. 정말 사랑했을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걸 묻는걸까..

'아니'

여자는 잠깐 놀라는 표정을 지은 뒤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잔인하네..'

'사랑한건 우리가 아니라 나 였지....

네가 사랑한건 K의 곁에 있던 나였으니까..'

여자의 눈은 어느새 눈물에 젖어있었다.

'꼭 그런건 아니야... 꼭 그랬던건 아니란말이야..'

피곤하다...

'이제와서는 다 의미없는 일이지..

그리고 이 말도 의미없는 말이지만 최소한 나는 진심이었어'

담배를 꺼내 막 입에 물면서 말했다.

그녀와 처음 만난건 내가 K와 사귀기 시작한지 한달이 막

될 무렵이었다.

우리는 각각 'K의 가장 친한 친구'와 'K의 남자친구'라는

자격을 갖고있었고 자주 셋이 어울렸었다.

그러나 그 자격과 그 관계는 K의 이민과 함께 저절로 붕괴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내가 새로 '연인'이라는 자격을 서로에게

갖게된건 K가 떠나고 3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난 날부터

날 좋아하기 시작했고 그 감정은 비뚤어진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때부터 같은 동네, 같은 학교를 거치며

서로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왔었다. 하지만 그것은 드러나는

관계일 뿐 사실은 서로 어떤 '경쟁심'을 갖고있었고, 그것은

그녀에게서 특히 심해서 그녀는 K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있었다.

K가 떠나고 그녀의 감정은 빠르게 식어갔다.

K에게서 나를 '쟁취'하고, 그녀는 변하고 있었다.

짜증이 늘어갔고, 다툼이 잦아졌다.

거듭되는 말다툼과 냉전속에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고, 그 얘기를 내가 들은지 일주일.. 오늘이 찾아왔다.

'할 말이 다 끝났다면 난 이만 가볼게'

두번째로 피우고 있던 담배를 던져버리면서 얘기했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다.

'형식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행복해라'

마지막 인사를 끝내고 그녀의 옆을 스쳐지나갈때

그녀는 다급히 손을 뻗어서 내 팔을 잡았다.

'가지마.. 미안해.. 그러려던건 아닌데...

왜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아아... 울어버렸다.

부풀고.. 부풀다가 터져버린 풍선처럼

그녀는 울고있었다.

'가야돼. 이제 우리는 더이상 함께 할수없어'

그녀는 이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서 소리치고

있었다.

'왜! 이제부터는 진짜 잘 할게.. 나 버리지마'

'더이상 네 곁에서 네가 K를 이겼었던 증거가 되기 싫어.

그리고 내가 널 버린게 아니야. 네가 날 버린거지'

그녀는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마. 넌 버림 받은거 아니야. 넌 멋진 여자야.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그런 멋진 여자야.

세상 누구에게도 버림받지 않는 멋진 여자야.

그리고 넌 똑똑하니까 금방 알수있을거야.

이게 최선이었다는걸..'

더 이상 그녀를 보기 힘들었다.

어서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럼 난 이제 진짜 갈게. 행복해'

떠나는 내 등뒤로 그녀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나쁜놈'

그래. 그렇게 나를 미워하는 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길..

그것이 내가 해줄수있는 마지막이니까...

근데... 등을 때리고 있는 그녀의 말을은 생각보다

너무 아팠다....

적막만이 흐르는 늦은 밤.

오직 그녀의 외침만이 등뒤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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