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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6 밤 산책
손목에 몇 개의 칼자국이 나 있던 그녀를 만난건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친구의 생일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

그녀는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답답한데. 나가지 않을래?'

어.

몰래 빠져나온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한번 씩 웃었다.

'강바람이라도 좀 쐬자'

어.

'말.. 별로 없네?'

딱히 그런건 아니야. 너는 초면이니까.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그녀는 다짜고짜 내 손을 잡아서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대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아니라! 바로 여기!

여기의 교감이라고!'

당황스러웠다.

음.. 알겠으니까 손 좀 놔줘.. 사람들이 봐.

역시 한번 웃은 그녀느 다시 손을 놔주었다.

언뜻 보인 손목에는 상처자국이 몇개 있었다.

'아 이거? 막 고삐리 됐을때 쯤 어떤놈을 좀 만났었는데

그 놈.. 되게 나쁜놈이더라고? 차였는데.. 살기가 싫어지더라고'

수면제를 이용한 자살미수 한번, 면도날로 손목긋기 한번..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심드렁한 말투로 자신의 자살미수 얘기를

하나씩 꺼내놓았다.

'수면제 그거.. 어정쩡하게 먹으니까 미치겠더라.

약을 많이 못 구해서 대충 줏어먹었는데 졸음이 쏟아지더라고

구역질도 좀 났는데.. 몸이 나른해서 움직여지지가 않더라.

깨어났을때는 병원이었는데 그 이후는 지옥이었어.

정신과치료에 위 세척에... 죽는것 마저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글쎄... 사는거 자체라고 할까?'

노인네같은 소리네..

'아니야. 진짜로 그랬어.. 말하자면.... 음....

그래. 학교를 다니다보면 체육시간에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를

할때가 있잖아? 처음엔 할만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두고 싶어지지않아? 나한텐 그런거였어'

그렇게 해서 죽고나면?

'철봉에서 내려와 팔을 주무르는거지'

그런가..

'응. 그런거야'

그렇군.

'그러네'

그녀는 들고있던 캔맥주를 마저 비우고 옆쪽의 휴지통을

향해서 던져넣었다.

나이스 슛

'내가 얘기했던가? 나 농구했었다고'

음? 그래?

'응. 그러다가 인대가 늘어났던가.. 그만뒀어'

안타깝군..

'이 얘기 믿어?'

반반

'거짓말이야'

응. 그것도 반반

피식 웃는 그녀와 함께 우리는 빛이 흐르는 강변길을

조용히 걷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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