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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6 셔츠를 찾아입는 방법
오늘도 여전히 내 잠을 깨우는것은

자명종 시계가 아니라 블라인드 사이로 새어들어온 햇빛이었다.

'물 한 잔만 줄래?'

대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녀는 어제 밤 떠났다.

그녀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의 방에서 자신의 물건들을 묵묵히 정리할 뿐이었다.

'그거.. 들고 갈수있겠어?'

벽에 기댄채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괜찮아. 차를 가져왔거든'

'그렇구나..'

'응'

그녀는 잠시 손을 멈추고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그 손을 그녀의 화장대로 향했다.

한참이 지나고 그녀가 일어서며 말을 꺼냈다.

'이제 가볼게'

'응'

'건강해. 밥 꼭 챙겨먹고.. 고양이에게 밥 주는것도 잊지말고..

불 끄고 책 읽지말구, 셔츠는 옷장 2번째 서랍에 넣어두었어'

'그래'

'그럼 안녕'

'잘가'

구두를 신고 문을 나서는 그녀의 뒷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저기'

닫히고 있던 문이 다시 열리고 그녀가 돌아보지 않은채

말했다.

'응'

'우리말이야.. 결국 이렇게 되버렸지만.

난 한번도 널 미워한 적 없어. 지금도'

'알아'

'응... 고마워'

'괜찮아. 금방 익숙해질거야. 혼자 아침에 일어나서 내 손으로

아침을 준비하고..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하겠지.

그리고 퇴근후에는 혼자 티비를 보면서 세탁기 메뉴얼을

읽겠지. 다 읽은 후에는 내가 직접 세탁기를 작동시킬수도

있을거야. 가끔 주말에는 대청소도 할거야. 그리고 사실은

조금 자신 없지만, 언젠가 셔츠도 내가 혼자 찾아입겠지'

여전히 뒤돌아서있던 그녀는 내 얘기가 끝나자

천천히 내 쪽을 돌아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꼭 그럴수있기를 바랄게. 그럼 정말 안녕'

곧 문이 닫히고 쇼파 팔걸이에 걸터앉아서 티비를 틀었다.

그녀가 있었다면 쇼파 팔걸이에 앉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겠지

티비에서는 아침뉴스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한번도 미워한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나 역시 한번도 그녀를 미워한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식탁에 앉아서 그녀가 준비해준 마지막 식사를 했다.

베이컨이 조금 탔다..

음식을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보내듯

천천히, 그리고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음.. 나갈 시간이 되어갔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존 레논의 'Love'를

흥얼거렸다.

나는 비틀즈가 싫었다.

'비틀즈가 왜 싫은데?'

그녀는 두번째 잔을 비우면서 물었다.

'유명해서 싫고.. 뛰어나서 싫고.. 무엇보다 네가 좋아해서 싫어'

'내가 좋아하면 왜 싫은데?'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같은 존재를 또 사랑하면...

왠지 웃길것 같아서'

'흐음..'

그녀는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내 잔을 채우고 있었다.

샤워를 다 하고, 바지를 입었다.

'셔츠가 어디있더라... 음... '

'셔츠는 옷장 2번째 서랍에 넣어두었어'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옷장 두번째 서랍이라...

있다.

옷장 두번째 서랍에는.. 셔츠가 있었다..

그리고 네 기억과 향기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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